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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 동네 뒷산 둘레길에서 산책중에 마주친 힘없는 너구리 "

 

미키( 푸들 )와 함께 여느때처럼 동네 뒷산 둘레길을 가볍게 산책중이였다.

근데 멀리서 어두운 빛깔에 포메라니안처럼 보이는 동물이 내려오길래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 데 근처쯤 오니 너구리였다.. 

동물원에서나 봤지 내 일상속 야생에서 너구리와 마주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. 

 

근데 걸어오는 모양새를 보니 어딘지 불편한 기색이였다. 내 근처까지 다가와서야 내 존재를 인식하고 무서운 지 가만히 앉아있었다. 나도 놀라기도 하고 너구리가 더 놀랄까봐 미키를 안고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. 그랬더니 천천히 몸을 움직여 옆을 지나갔는데 그 때 너구리의 상태를 보니 옆구리에 털이 다 빠져있고 피부가 돌처럼 굳어서 갈라져서 절뚝이고 있었다... 

 

옆을 지나쳐 풀숲으로 들어가 둘레길 가운데에 흐르고 있는 시냇물쪽으로 내려가 물을 마시고 있었다. 

사실 그 때까지만해도 크게 다친지는 몰랐는데 한바퀴돌고 반대편을 통해 둘레길을 내려가던 중에 시냇물가에 누가 지어놓은 조그맣한 나무 움막옆에서 너구리가 힘든듯 가만히 앉아있는 걸 보았다. 

사람들의 기척이 들려도 도망치지 않고 있는 걸 보니 야생의 본능마저 발동이 안될 정도로 지친듯 했다. 

 

미키와 집으로 돌아와 씻기며 생각해보니 밥이라도 가져다 주어야겠다 싶어서 다 씻긴 후 미키가 먹는 말린 오리고기와 사료, 바나나를 담은 뒤 그 위에 미키가 먹던 항생제약을 뿌려서 다시 둘레길로 향했다. 

그 사이에 어디 갔겠거니 하고 올라갔는데 역시나 움막 근처에서는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. 그래서 나무 움막 옆에 그릇을 놓고 먹이를 부어준 뒤 다시 돌아가려고 돌아서는 순간 바로 옆 낙엽더미에서 너구리를 발견했다. 

 

보통 컨디션이 였다면 사람들 눈에도 잘 안띄게 있었을 녀석이 바로 옆에서 모르는 존재가 근처에 있어도 미동도 없이 햇빛만 쬐고 있는 걸 보니 무언가 안쓰러웠다... 

겨울동안 먹을 것도 없었을 것이고 밥이라도 우선 먹으라고 자리를 피해줬다. 겨우 형체만 알아볼 수 있는 거리까지 떨어져서 놓아준 먹이를 먹는 지 지켜봤는데 그저 가만히 앉아 몸을 가누지 못해 꾸벅꾸벅 거리고만 있었다. 

 

그 모습을 보다못해 그릇을 녀석의 근처까지 가져다주려고 다시 다가갔다. 

' 한가한 놈, 너 살기도 바쁜데 누굴챙기냐'는 생각이 문득들었다. 

그릇을 들고 상당히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을 했는데도 너구리는 가만히 있었다.

한 50cm거리에 그릇을 놓으며 너구리의 몸을 다시 살폈는데 자세히보자 나도 모르게 한숨과 탄식이 섞여나왔다. 

생각보다 몸상태가 정말 안좋았다. 

다시 멀리떨어져서 지켜보니 너구리는 조심스럽게 그릇에 다가가 한 번맛을 보더니 고기를 허겁지겁 먹었다.

 

몸 상태를 보니 직접적인 치료가 없다면 아마 일이주를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. 

그래도 배고픈 상태로 가지말고 못먹었던 고기라도 많이 먹고 배부른 상태로 가라는 생각에 이튿날 아침에도 다시 찾아가 그릇에 항생제를 뿌린 고기와 사료를 채워주고 왔다. 그릇이 비워지는 게 확인되는 한 계속해서 치료약을 뿌린 먹이를 채워줄 생각이다. 운이 좋다면 살아남을 것이다. 구조신고도 생각해 보았으나 지역지침마다 다르지만 병에 걸린 야생동물은 대부분 안락사되는게 보통이라해서 자연에서 난 녀석이니 죽더라도 자연속에서 눈을 감는게 낫지 않을까하여 아직 신고는 하지 않았다. 

 

나무 움막은 누군가가 지어놓은 것이다. 생각해보니 한 달반쯤 전부터 생겨나 있었다. 그 때는 별 생각없이 지나쳤었는데 누군가가 너구리를 위해 지어놓은 것 같다. 

 

병에 걸린 너구리를 본 다음날인 오늘도 먹이를 다시 두고왔지만 너구리 모습은 보지못하고 왔다. 카페에 앉아 내 할 일을 하는 와중에도 측은했던 그 모습이 마음에 걸려 안쓰러움이 계속 올라온다. 

참 아이러니하다.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위해 도살되어가는 수 많은 닭, 돼지, 소들의 죽음은 쇼케이스안에 있는 듯 무심하게 지나쳐버리면서 그저 내 일상에 마주친 야생동물의 목숨에는 도움을 주고 싶다니 

 

그래도 작은 생명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해주려고 한다.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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